국립중앙박물관

20101021 국립박물관 '고려불화대전'

gotemple 2010. 10. 22. 18:18

'일생에 단 한번뿐인 기회'라는 신문 기사를 읽고 꼭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일 저녘 일이 끝난 후 친구와 약속해서 관람했다.

 

가을 저녘 조용한 박물관의 밤은 정말 평온하다. 멀리 보이는 남산마저 새삼 멋있게 보인다.

 

몇몇 그림들은 책에서 도판으로 보았던 그림들이라 실제로 보니 무척 반가왔다.

 

미리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관람하다가 해설자를 만나서 자세히 설명을 들으며 관람을 하니 이해하기가 쉬웠다.

부실한 다리를 이끌고 끝까지 해설자를 쫓아 다녔다.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해설자의 설명을 들으니 확실히 구분이 조금씩 가는 것 같다.

 

그 많은 해설 중에서 다 잊어 버려도 '일생에 단 한번뿐인 기회'라던 이른바 '물방울' 수월관음도에 대해서는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일단 '물방울'이라는 표현보다는 연꽃잎을 묘사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좋겠다는 말에 수긍이 간다.

또한 이 그림이 더 특별한 이유는 정형화되어 있는 고려시대 수월관음도의 구도를 완전히 뛰어 넘었기 때문이란다. 다른 그림들에서 관세음 보살은 반가부좌상이지만 이 그림에서는 기립자세이다. 복잡한 바위나 대나무의 배경도 과감히 생략되고 선재동자와 약간의 바다를 의미하는 배경만이 있을 뿐이다. 의상의 색상이나 무늬의 표현 방법도 더 세련되어 있었다.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보았던 분위기와 실제로 보니 많이 달랐다.

 

현대에 사는 우리들은 하루에도 굉장히 많은 시각적 자극을 받으면서 산다. 디지탈 기기와 인터넷의 발달로 우리의 시각적 역치는 매우 높아져 있다. 3D와 가상 현실을 당연히 받아 들이는 현대인들에게는 고려불화는 많은 시각적 자극 중의 하나 일 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각적 자극이란 자연적인 풍경이 대부분이었을 700년 전의 고려인들에게 고려 불화는 경이로운 시각적 자극이었을 것이다. 죽은 자 (착한 일을 많이 한 사람)을 맞이하러 내려 오는 아미타불 삼존도에 죽은 사람은 왼쪽 구석에 조그맣게 표현되어 있었다. 그림에서 아미타불의 크기가 실제 사람보다 크기가 약간 작은데 그림 속의 사람을 조막만하게 그리므로써 그림 속의 아미타불을 실제 그림 크기보다 몇 배 확장 시키고 있었다. 이 그림이 박물관이 아니라 큰 절 안에 걸려 있었다면 그 시각적 효과는 더 컸을 것 같다.

 

그림 중에는 비교를 위해서 조선시대의 불화도 있었는데 억불 정책을 썼던 조선시대이므로 기교적인 면에서 그 표현력이 퇴화한 느낌이다. 고려불화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였던 반투명 베일을 표현하는 능력을 조선 불화에서는 볼 수가 없다.

그 '일생에 단 한번뿐인 기회'라는 연꽃잎 수월관음도에서는 여러겹의 베일까지 표현하고 있다.

 

그 당시에 돋보기가 있었는지 잘 모르지만 돋보기를 보면서 그렸을 듯한 문양의 섬세함은 예술이라기 보다는 장인 정신의 승리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경험한 많은 가을 저녁 중에서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시간들이었다.

 

 

 

http://blog.daum.net/sixgardn/15770280

이 블로그에 올린 사진들을 보면 실제 박물관에서 보는 것 보다 더 자세히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