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적주적 오는 비를 피하면서 정족산성의 동문으로 들어 갔다. 전등사는 강화도의 역사 만큼이나 오래 된 절이다.
비가 와서 그런지 한가하다. 비오는 날 한가한 산사를 거니는 것은 축복이다.
조금 걷다보니 화려한 색으로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있다. 윤장대이다.
예천 용문사의 대장전에 있는 보물 윤장대의 복사본이 전등사에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것인가 보다. 한번 돌리 때마다 경전을 한 번 읽은 것과 같은 공덕이 있다는 윤장대이다.
듣던대로 통판투각꽃문과 솟을꽃문이 화려하다. 불교공예품의 극치라는 말이 실감난다. 언제 용문사에 가서 오리지날을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눈을 오른쪽으로 돌려 올려보니 일제 시대 때 축조하였다는 대조루가 보인다. 전등사의 불이문 구실을 하고 있다. 역시 기둥이 낮아 머리를 숙이며 지나가야 한다. 오늘도 하심 또 하심...
다른 절과는 달리 대조루에는 나무 문이 달려 있다. 겨울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번 선운사에서 보았던 거대한 만세루와는 달리 작고 앙증 맞다.
대조루 옆에는 종각이 있다. 범조, 법고, 목어, 운판,,, 정석대로 지어진 종각이다. 목어의 머리를 보니 용모양이다. 조선 후기나 근대에 만들어진 모양이다. 종각을 바라 보고 오른쪽 멀리 또 하나의 종각이 보인다. 1097년 중국에서 만들어졌다가 일제 때 일본군이 징발을 했는데 해방이 되는 바람에 우리나라에 놓고 갔다는 종이다. 부식도 있고 모양도 왠지 빈약하다. 역시 종은 우리날 종이 최고다.
대조루를 지나면 대웅전이 어디 있지 하고 다시 찾아야만 할 것만 같은 작은 대웅전이 나타난다. 조선중후기 건축물 중에서도 뛰어나다지만 대웅전 치고는 작은 편이다. 눈길이 바로 처마밑 나부상으로 간다. 목수를 배신한 여인이라는 설, 고려 정화궁주를 구박한 원나라제국대장공주라는 설, 절을 지키는 나찰이라는 설들 다양한 상상력을 일으키는 조각이다.
어쨌든 철종 때 중수했다니 긴 세월 동안 대웅전 지붕을 떠받치고 있다.
지붕끝 수막새를 보니 하얀 백자 연봉이 보인다. 다른 절에서는 보기 힘든 장식품이다. 지붕의 선도 날렵하고 공포도 화려하다. 마치 예쁘게 단장한 올망졸망한 여인네의 인상을 주는 대웅전이다.
마침 예불 시간이란 대웅전 내부를 보기가 힘들었다. 조용히 들어가서 세 번 절하고 눈을 들어 내부를 보았다. 삼존불과 화려한 닫집, 공중에 걸린 봉황이 비록 그 채색은 낡았지만 화려하다. 석가모니불의 눈길이 그윽하다. 화려한 수미단도 오랜만에 본다. 하단의 나찰상의 눈이 날카롭다.
삼존불 양 옆에 있는 업경대는 흔히 보기 힘든 것이다. 죽어 지옥에 가면 그간 죄상이 거울에 다 비친다는 업경대. 지난 해 국립박물관에서 보았던 지옥도에 그려져 있던 것이다. 대웅전보다는 명부전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눈을 들어 천정을 보니 연등 때문에 천정 장식이 보이지 않는다. 반야용선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볼 수가 없어서 아쉽다.
대웅전의 문살은 빗살문으로 화려하지 않다. 외벽에 벽화도 없다. 화려한 지붕과 내부 장식 때문에 문살과 외벽에서는 힘을 좀 뺀 모양이다. 문은 세 짝이 한 쌍으로 되어 있어 세 번째 문의 경첩은 위에 달려 있다. 여름에는 문을 들쇠에 올릴수 있도록 되어 있다. 대웅전문 옆의 기둥은 드나드는 사람들의 손길 탓인지 반들반들하다. 그리고 기나긴 세월 동안 바람 대문인지 마르고 갈라졌다. 이 기둥을 만지고 간 수 많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대웅전 옆 약사전은 대웅전과 비슷한 양식인데 더 작고 앙증맞다. 반짝 들어서 가지고 가고 싶다. 스님이 안에서 염불하고 계셔서 내부는 보지 못했다. 함께 간 선생님은 스님 옆에서 함께 염불을 하다가 나오셨단다. 아! 이런 기회를 놓치다니 안타깝다.
전등사에는 영조가 왕이 되기 전에 쓴 편액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보지를 못했다. 무수리의 아들로 태어나 왕의 자리까지 차지하고 장수한 영조다. 보통 사람과는 다른 인물일터인데 그의 글씨를 보지 못해 아쉽다.
길이 잘 뚫인 이유로 시간이 넉넉해서 죽림다원에 들리는 여유를 가졌다. 비 오는 날 산사의 찻집은 정말 근사하다. 템플스테이로 유명한 절이라 그런지 찻집이나 화장실 시설이 잘 되어 있다.
남문으로 나오는 데 예전에 왔을 때에도 이 남문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전등사는 산성 안에 고즈넉히 들어앉은 작지만 정감이 가는 절이다.
http://www.jeondeungsa.org/
http://blog.daum.net/chefjhkim/12376640 윤장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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