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 다니는 큰 아이는 학교에서 수련회를 갔고 작은 아이는 아빠와 여행을 갔다.
오랜만에 아침 등교 소동에서 벗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마침 간송미술관이 문을 여는 시기라 간송미술관에 간 김에 근처에 있는 길상사도 들리기로 했다.
아이들의 등교 시간에서 해방되니 나만 부지런하면 여러 곳을 들릴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일찍 일어나 서두르니 7시 30분쯤 길상사에 도착했다. 4호선 한성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내려서 20분쯤 걸으니 길상사이다.
산사는 사찰 진입로에 멋진 산책로나 솔밭이 있지만 길상사의 진입로에는 멋진 주택들이 늘어서 있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듯한 고급 주택들이 있다. 담장너머 핀 빨간 장미를 보니 어릴 때 살았던 '땅집'이 떠올랐다. 이 집들처럼 큰 집은 아니었지만 잔디와 능소화, 빨간 장미가 있던 집이었다.
구불거리는 언덕길을 걸으니 일주문이 보인다.
평일 아침 7시 30분. 당연히 경내는 조용하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몇 분 이외에는 사람이 없다.
비록 도심 사찰이지만 '사찰의 적막'을 혼자서 독차지한 기분이다.
잘 지은 양반집같은 극락전에 들어 서니 대청이었던 곳에 부처님이 모셔져 있고 양쪽 방은 그저 텅빈 공간이다. 왼쪽 방에 법정스님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신도 한 분이 절을 하고 있을 뿐 정말 조용하다. 삼배를 하고 한참 앉아 있었다.
코끝을 스치는 향내와 적막.... 평화 그 자체이다....
극락전을 나와 경내를 돌아 다니며 구경을 했다.
경내에는 조용히 묵상을 할 수 있는 야외 의자들이 많이 있었다.
기다란 렌즈를 뽐내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 틈에서 나도 스마트폰을 꺼내 몇 장 찍었다.
나는 그냥 소품들을 몇 장 찍었다.
극락전 옆에 있는 설법전을 겉과 속이 아주 다른 건물이다. 겉에서 보면 그냥 개량 한옥처럼 보이지만 실내에 들어가보면 뜻밖의 실내 인테리어에 깜짝 놀란다. 왜 마루 바닥이 천장에 있냐.
마침 설법전에서는 불화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기와에 그린 그림들이 인상적이었다.
설법전에서 나와 극락전 앞 뜰 앞에서 한참 앉아 있다가 나왔다. 오래된 나무와 죽은 나무를 잘라서 만든 통나무 의자가 있었다. 산자와 죽은 자?
사찰이 되기 전에 와 보지 않아서 그 전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없지만 경내는 '생얼을 가장한 화장한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 들인 티 내지 않고 무심하게 던져 놓은 듯한 엉성한 돌담이나 기와 담, 그리고 나무 의자들이 산 속 사찰의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더 산 속 사찰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가장 감탄을 자아낸 것은 기증자인 길상화님의 공덕비 주변 바닥이다. 바닥에 깔린 것이 벽돌이나 자갈이 아닌 맷돌들이다. 오랜 세월 맷돌로 사용되다가 그 유효기간이 끝난 돌들을 다시 바닥돌로 재활용하고 있다. 무심하게 박아 돌이지만 누군가가 세심한 계획을 했으리라.
도심에서 이런 휴식을 만끽할 수 있는 사찰이 있다니 성북동 주민들은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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