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기 사찰

20110227 1. 강화도 보문사

gotemple 2011. 3. 5. 07:01

지난 일요일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에 대학동창 두 명과 강화도에 다녀왔다.

대학 시절에도 늘 같이 여행을 다니던 친구들인데 육아라는 긴 시간의 공백을 뚫고 다시 여행을 함께 다닐수 있는 시간을 맞이했다.

아이들이 대학을 가면 이 친구들과 주로 놀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어릴 적에는 여행 계획을 세우면 늘 날씨가 맑기를 바랬다. 이제는 너무 좋지 않아 취소 될 정도만 아니면 다 좋다.

우리 인생처럼 좋은 날씨도 나쁜 날씨도 다 소중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강화도에서 제일 처음 들린 곳은 새로 개장한 강화도 역사박물관이다. 예전의 박물관도 괜찮았지만 새 박물관은 '신경 좀 쓴' 박물관 같았다. 주변의 고인돌과 잘 어울리도록 높지도 않고 튀지도 않게 단순하게 지어졌지만 고급스러워 보였다.

나는 이런 식의 현대 건물을 좋아 한다.

 

아이들의 개학을 앞둔 일요일에, 그것도 이런 날씨에 방문객이 있을리가 없다. 우리가 처음 방문객이고 박물관을 둘러 보는 동안 다른 방문객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 박물관을 전세 낸 기분이다.

 

강화도는 역사적으로 외침을 많이 받은 곳이다. 비록 복제품이기는 하지만 강화도의 역사를 잘 나타내고 있었다.

 

아직 설비 시설이 다 완비 되지 않은 카페테리아 안에 앉아서 밖을 내다보았다. 멀리 고인돌이 보였다. 진한 커피 한잔 있었으면 완벽했겠지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단다....

 

보문사가 있는 석모도로 가기 위해 외포리 항에 가보니 비바람이 몰아친다. 이러다 배 안뜰까 걱정을 하는데 항구에 계신 분들은 '기껏 이런 비에'라는 표정으로 배 뜨냐는 우리 질문에 대답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을씨년스런 작은 항구의 모습은 얼마 전에 본 영화 '유령작가'를 떠 올리게 한다. 겨우 배 타고 10분.. 이런 거리면 다리를 놓지 하는 생각이 든다.

 

석모도 선착장에 내리고도 한참을 차를 타고 작은 도로를 달려 보문사에 닿았다. 주차장에 내리니 비바람이 더 분다. 우산이 뒤집어지는 바람에도 굴하지않고 비옷을 사서 입고 올라 갔다. 일주문 바로 앞에 놓인 45도 경사길이 숨을 탁 막히게 한다.

 

이 비바람에 경사길까지.... 그냥 돌아가고 싶은 생각조차 들었다.

45도 경사길을 겨우 올라 보니 극락전이 보인다. 역사가 깊지 않은 전각이지만 정말 '정석'대로 지어진 정각이다. 콘크리트 구조물일고 하는데(현대에 지어진 사찰 전각 중에는 꼭 목조건물 같이 생겼는데 알고 보면 콘크리트 구조물인 전각들이 좀 있다)

 

공포, 기단, 지붕의 선, 하다 못해 문짝까지 정말 조설 말기 양식의 정석 대로 지었다.

공포 위에 놓여진 용머리는 전각 전면에 꼬리는 전각 안에 놓여 있었다. 이른바 반야용선이다. 전각의 오른쪽에는 지장 보살까지 모셔져 있다. 지장보살은 반야용선을 이끄는 보살이다.

전각 내부가 살짝 정석에 빗겨 가서 흥미로왔다. 다른 전각들과는 달리 아미타불 뒤에 후불 탱화가 없고 대신에 옥불상을 죽 배치했다. 아마도 석실의 나한상들 때문에 이 사찰의 테마는 '석불'들로 정했나보다.

 

또 친절하게도 부처님과 협시보살의 이름이 쓰여져 있어 이해하기 쉬웠다.

다만 화려한 후불 탱화가 없는 것을 보상이라도 하듯 닫집이 너무 좌우로 연장되어 있어서(아마도 옥불상들 때문인 듯) 과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흠이었다.

 

극락전 외부에는 외부 탱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보문사 석실에 대한 전설을 그렸다 그리고 칸이 남아서인지 달마대사의 이야기가 남은 칸에 마저 그려져 있다.

양무제와 이른바 코드가 맞지 않음을 확인하고 양쯔강의 갈대를 '헤치고' 강을 건너 소림사에 갔다는 이야기인데 그림에는 갈대 잎을 '타고' 양쯔강을 건너고 있다. 이른바 한자를 해석하는데 있어서 오류가 있었단다....

 

석실이라 불리는 나한전이 흥미로왔다. 보문사의 보물이다. 자연동굴을 이용한 석실과 돌로 만들어진 닫집은 다른 사찰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다. 석실의 나한상은 전설에의하면 돌배를 타고 이곳에 온 것을 어부들이 건져서 석실에다 모셨단다. 재질이 우리나라 돌이 아니라 인도의 돌이란다. 우리나라 불교는 중국을 통해서 들어 온 대승불교인데 이 나한상의 전설은 인도에서 직수입한 소승불교의 흔적을 보여 주는 것 같다.

 

비바람 때문에 참배객이 별로 없어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았다. 참배객들이 많은 대로 그 열기가 전해져서 좋고 적으면 적은 대로 차분한 분위기가 좋다.

비 때문에 느껴지는 눅눅함마저 정겹다.

 

비록 백팔배는 하지 못했지만 몇번 절을 해 보았다.

나는 왜 절에 가서 절을 하는 걸까? 남들이 하니까? 아니면 정말 간절한 기원 때문에?

 

보문사의 자랑인 마애불은 비바람 때문에 포기했다. 어차피 3월 말에 다시 오기로 했으니 그 때 올라가기로 했다.

 

삼성각의 탱화를 잠깐 들여다보고 사찰 입구에 있는 찻집에서 제대로 '진한' 대추차를 마시며 비바람 부는 바깥 풍경을 감상했다. 항상 사찰에 오면 이렇게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찻집에서 차를 마시고 싶었다. 산사의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었지만 단체 여행에서는 그런 사치는 허용되지 않았다.

 

이 시간의 여유로움을 그리고 친구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http://www.bomuns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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