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여행

20110509 1. 안동 병산서원

gotemple 2011. 5. 11. 06:52

한국 건축을 소개하는 많은 책들 속에서 극찬을 아끼지 않는 건축물 중의 하나가 병산서원이고 그 중에서도 만대루를 많이 칭찬하고 있다.

지난 연휴기간 동안 안동을 지나는 길에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둘러 보았다. 병산서원을 먼저 들러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시간이 늦어 하회마을은 담벼락만 보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병산서원은 조선시대 임진왜란 뒷처리를 하고 그 기록인 '징비록'을 쓴 서애 유성룡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서원이다. 서애 생존 시 서당이었던 곳에 후대 사람들이 서원을 세운 것이다.

병산서원은 이미 위치부터가 명당자리이다. 풍수지리는 잘 모르지만 서원 앞을 굽이쳐 흐르는 강과 동양화에 나올 듯한 바위 산은 그저 바라만 보아도 좋다. 이렇게 경치 좋은 곳에서 과연 공부가 잘되었을지 의문이다.

또한 지리적으로는 하회마을과 가까우면서도 산등성이 너머에 있어 완전히 독립된 공간을 가지고 있다.
세상사에 조금 떨어져서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의미이겠다.

서애 유성룡은 조선시대 성리학에서 내세우는 이상적인 선비상을 구현한 사람이다. 불교 쪽에 유명한 대표주자가 있듯이 성리학 쪽 유명한 대표주자 중의 한 명이다.
젊어서 학문에 힘쓰고 좀 나이들어 정계에 진출해서 갈고 닦은 학문을 실천해 보고 나이 들어 은퇴해서 후학을 기르며 책을 쓰고 문명 비평을 하는 것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선비'의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그가 한 일 중에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과 권율을 임금에게 강력하게 추천했는데 그 일 하나만으로도 할일 다 한 사람이다.

병산서원은 그런 선비로서의 서애의 인품을 나타내기에 모자름이 없는 건축물이다. 사찰과는 달리 '화려'와 꾸밈을 싫어했던 유교 건축답게 간결하면서도 기품을 보여준다.
질서, 대칭, 간결, 청빈등의 이미지를 잘 구현하고 있다.

더구나 건물을 세울 때 최소한의 자재로 가장 기품있는 건물을 세웠다고 칭송받는 만대루는 명성 그대로였다. 다만 사진으로 보았을 때보다 전체적인 스케일은 좀 작은 것 같았다.

병산서원을 가기 전에 '김봉렬의 건축이야기 3 이 땅에 새겨진 정신'이란 책을 읽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제일 먼저 소개하고 있는 곳이 병산서원이었다. 이번 여행은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을 확인하는 정도였던 것 같다.

다만 '통시'라는 개방형(?) 화장실과 문은 없지만 칸막이가 있는 서원화장실을 만나서 재미있었다.
통시는 달팽이 모양으로 담장을 쌓은, 지붕이 없는 화장실이라 일을 보면서 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 장점을 가진 화장실이고 칸막이 옛서원화장실은 안벽한 통풍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주차장에 있는 현대식 화장실은 어설픈 통풍 때문에 냄새가 지독해서 칸막이 화장실만큼 인기가 없어 보였다.

서원을 돌아보고 서원 앞 백사장에서 돌을 던지며 물수제비 뜨는 놀이를 한참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잘 모르는 한옥보다는 물수제비 뜨는 것에 더 흥미를 느끼는 듯하다.

언제 한 번 병산서원에서의 하룻밤을 꿈꾸어 본다.

http://www.byeongsan.net/
http://blog.naver.com/sanijowa/130026083043 통시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