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여행

20110505 서울 성곽길 (숙정문->창의문)

gotemple 2011. 5. 6. 06:56

http://tour.jongno.go.kr/Tour.do?menuId=01030101&tour=03&menuNo=2212
http://www.bukak.or.kr/
http://www.bukak.or.kr/UPload/bukaksan_01.pdf
http://cafe.daum.net/Europa/H2b/6880?docid=2Akp|H2b|6880|20061003185359&q=%BC%BA%B0%FB%B1%B8%C1%B6



어린이 날을 맞이하여 온 가족이 나들이를 하였다. 아이들이 좀 컸으니 어린이날의 전통적인 장소보다는 아주 어린 아이들이 오지 않는 곳을 선택하여 인파를 피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아주 어린 아이들이 올 것 같지 않은 서울 성곽길을 선택했다.
지난번에 산 서울 성곽길에 대한 책(서울성곽걷기여행)을 읽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아침에 일어나보니 책이 없어졌다.!!!! 뭐도 쓸려면 없다더니 중요한 순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할수없이 인터넷에 들어가 찾아서 갔다. 요즘에는 사이트가 잘 되어 있어서 굳이 책까지 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책의 강점은 성곽길 주변에서 만나는 문화유적에 대한 설명이 되어 있어서 가기 전에 읽어 볼 수 있다는 것.

종로구청에서 시행하는 '서울성곽스탬프투어'는 4대문에서 찍어주는 스탬프를 다 받아오면 완주기념뱃지를 준단다. 성곽지도는 4개 중의 어느 한 곳에서 받으면 된다.

우리는 숙정문에서 창의문으로 가는 코스를 선택했는데 이 코스는 과거에 청와대 보안 문제로 오랫동안
입산금지되어 있던 곳인데 최근에 개방된 곳이다. 따라서 주민등록증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부모와 같이 왔을 경우 부모의 주민등록증으로 입산 가능하다.

정말 오랫만에 등산을 하는 것이라 조금 겁도 났지만 어쨌든 좋은 기회일 것 같아 갔다.
지하철3호선인 경우 안국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와 마을 버스 초록색 02번을 타고 성균관대 후문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 오라는 자세한 교통 안내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너무 오랫만에 산에 왔는지 처음에는 차에서 내려 통제구간의 시작인 말바위까지 가는데도 쉬면서 싸온 과일을 반이나 먹어 버렸다.
어린이 날이라 그런지 말바위 통제구간을 지나는데 사람들이 많아 줄을 섰다. 우리 가족 앞에 있던 젊은 청춘 남녀들은 줄이 잘 줄어들지 않자 포기하고 가버렸다. 속으로 고맙기도해라하는 생각이 들었다.
50 대 이상의 탐방객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틴다. 어린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들도 힘들기는 하지만 아이들 보는 눈 때문에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의 체력을 증명해 보일 필요도 느끼지 않고 성벽이라는 문화유산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는 청춘남녀들은 그냥 방향을 돌려 버린다. 그들에게는 그냥 성벽보다는 그냥 화창한 날을 다른 청춘과 함께 보낸다는데 더 의미를 두기 때문이리라.

말바위를 지나 숙정문을 다다랐다. 그저 평야에 있는 성문이라 차에서 내려 바로 볼 수 있는 성문이라면 그냥 슬쩍 지나칠만도 하지만 힘들게 올라왔기에 세심하게 관찰을 했다. 물론 아이들은 관심이 없이 그저 경치 구경하기에 바빴다. 팔작 지붕에 익공계 공포를 가지고 있다. 바닥은 마루이다. 1970년대에 새로 지었다고 한다. 단청은 비교적 간단한 모로단청(부재 끝에 간단한 단청)정도. 그동안 책에서 읽었던 대들보와 도리, 창방, 서까래를 대충 설명해 주었지만 아이들은 관심있어 보이지 않는다. 하긴 나도 그 나이 또래 때에 관심 없었다.

숙정문을 지나 창의문 까지의 거리는 얼마되지 않지만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반복되고, 더구나 백악마루에서 창의문까지는 거의 경사 50도 이상되는 층계로 내려가는 길이어서 다리가 후들거리고 눈이 침침할 지경이었다. 발 잘못 헛디디면 죽는다는 생각에 성곽의 여장옥개석(지붕)을 잡고 내려았다. 조상의
숨결을 그야말로 온몸을 느꼈다.(?)

성곽은 내부에서 걸을 때와 외부에서 걸을 때의 모습이 달랐다.
내부에서 걸을 때는 성이 그렇게 높은 줄 몰랐는데 외부로 걸을 때는 꽤 높았다.
성곽을 자세히 보면서 이 돌을 어느 때 쯤 돌일 걸라고 추측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조선시대 초기 것들로 보이는 돌도 있고 최근 것으로 보이는 것들도 있었다. 돌위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은 속일 수 없다.

성곽길은 대부분 성안으로 나 있지만 아마도 군사시설 때문에 부득이하게 성 밖으로 우회로를 만든 곳도 있다. 성 밖을 볼 수 있는 기회라 좋다. H빔을 이용하여 성 위를 지나는 우회도로를 보면서 저 H빔을 어떻게 이 꼭대기까지 가져 왔을까 궁금했다. 다시 생각해 보면 돌산위에 성곽을 세운 조상도 있는데 H빔은 상대적으로 쉬운게 아닐까?

백악마루 못가서 소위 '121소나무'라는 것이 있다. 1968년 북한 무장공비의 청와대 습격사건 당시 총 맞은 나무인데 친절하게 설명서까지 붙어 있었다. 탐방객들은 잘 모르는 창의문 앞에서는 조용히 사진만 찍고 가지만 121소나무 앞에서는 모르는 사람끼리도 몇마디 주고 받으며 떠든다. 특히 50대 이상의 탐방객들은 감개무량하게 쳐다본다. 아마도 어릴 때 충격받았던 사건이라 그럴것이다. 나는 너무 어려서 잘 기억 못하지만 반공교육이 중요했던 시절 청와대습격 사건은 대단한 충격을 준 사건일 것이다.
40년 전에 총 맞은 자리는 이제는 흉터로 남아 있다. 그 부위에 톱밥을 채워 넣고 친절하게 빨간색으로 표시를 해 놓았다. 나무는 인간의 세상사에 무심하게 그 흉터를 감싸 않으며 그저 서 있었다.


성곽길을 걸으며 힘들어 하는 딸들의 얼굴을 보니 나의 중고교 시절이 떠 올랐다. 항상 바쁘시던 친정 아버지가 딸들에게 해준 것이라고는 가끔 등산에 데리고 다니신 것인데 그 때는 너무 힘들고 다리 아파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때 등산에 데려가 주신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한다.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내가 어떻게 우리나라의 유명한 산들을 많이 오를 수 있었을까?
숨을 헉헉 거리며 땀에 범벅이 된 딸들이 얼굴이 그 시절 찍은 사진 속의 내 모습과 너무 닮아 있다.

탐방로 곳곳에는 사복을 입고 무전기를 들은 군인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탐방객들은 그들에게 거리를 묻곤한다. 사실 그 길 위에서는 거리가 얼마 남았는지를 아는 것은 중요치 않다. 많이 남아 있다고 해도 어쩔건가? 그냥 가는 수 밖에 없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는 위로의 말일 것이다.

창의문에 다다르니 이제 겨우 안심이 되었다. 우리가 내려 올 때 창의문에서 숙정문방향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니 안됬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만일 창의문에서 시작했다면 곧바로 이어지는 경사길에 질려 도중에 그만 두었을 것 같다.

창의문은 숙정문과 비슷한 구조이다. 익공계 공포에 단청도 단출하다. 그러나 내부는 조금 달랐다. 마루가 중앙에 있고 주변에는 전돌을 깔았다. 숙정문도 그렇지만 창의문의 문루 내부를 드나드는 문이 너무 낮고 작다. 엤 선조들의 키가 작았을까 아니면 문 앞에서 일단 숨을 고르고 들어가란 뜻일까?

성곽길을 내려와 마을 버스 타고 경복궁 앞에 와서 눈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 가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준비성 없는 엄마 덕분에 땀 뻘뻘 흘리면서도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점심까지 굶어가며 걸었던 딸들은 정말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역시 굶주림이 최고의 입맛이다.

아이들과 성곽 걷기를 하면서 아이들이 많이 자랐다는 생각을 했다. 유모차 끌고 놀이 공원에 가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우리는 우아하게(?) 산행도 할 수 있는 시간을 맞이했다. 그러나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이 시간도 길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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