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기외 사찰

20111204 2. 희양산 봉암사

gotemple 2011. 12. 5.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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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rja49.tistory.com/772 극락전

http://handonge.tistory.com/288 금색전

http://www.koreatemple.net/korea_temple/traditional_temple/place/view.asp?temple_seq=788&category_id=9 가람배치

 

봉암사는 유홍준님의 '나의 문황산답사기'나 허균님의 '사찰 장식의 미,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에서 소개한 국보인 지증대사 적조탑과 적조비로 유명한 사찰이지만 비공개 사찰이다. 유홍준님도 가보려고 마음먹은지 10년만에 가 보았다는 절로 부처님 오신날에만 공개한다고 한다. 그러나 부처님 오신날에 가면 그 많은 인파에 치일 것을 생각하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가 다니는 절에서 봉암사로 '선원대중공양'(안거에 드신 스님들에게 식사대접하는 것, 봉암사는 소속 신도가 없기에 여러 사찰의 대중공양과 조계종의 지원으로 사찰을 운영한다.) 을 간다기에 따라 나섰다. 지금 안가면 언제 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꼭 가고 싶었다.

 

유명한 국보와 보물을 보겠다는 '욕망'이 잘 모르는 사람들과 여행하는 '멋적음'을 이긴 것이다. 원래 사람이란 '금지'라는 단어가 들어 가면 더 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금서와 '19금'에 더 끌리는 이치와 마찬가지이다.

 

조계사 앞에 모여 버스를 타니 같이 가는 분들의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나, 열성신도'을 여실히 나타내는 절바지를 입고 계신분들이 많다. (불교 쪽에서는 열성 신도와 나 같은 나이롱 신도와의 차이는 '바지'에서 차이가 난다.) 남의 행사에 끼여든 꼴이지만 이럴 때는 조용히 있는 것이 상책이다.

 

문경에 있는 봉암사까지 생각보다 많이 걸리지 않았다. 오랜만에 친구와 스트레이트로 수다를 떨었다. 아줌마들의 수다란 화수분이다. 나와도 나와도 줄지 않는다.

 

봉암사에 도착하니 봉암사 스님의 안내에 따라 움직이란다. 안내하시는 스님이 그냥 신참 스님이 아니라 중견스님으로서 도력이 장난이 아니다. 여러 사찰을 갔었지만 스님의 안내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호사한다.

선원 위주의 비공개 사찰이라 일반 재가자들이 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극락전, 대웅전, 금색전, 그리고 지증대사 적조탑과 비 정도이다. 스님에게서 간단한 역사와 전각에 대한 설명을 짧게 듣고 마침 예불 시간이라 스님들과 함께 예불을 했다. 사실 나에게는 이렇게 많은 스님들과 함께 예불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봉암사 예불은 목탁도 치지 않고 염불도 하지 않는 조용한 예불이라 분위기 파악하기도 전에 끝나버렸다.

 

점심 먹으로 내려 오는 길에 뒤돌아 보라는 스님 말씀에 뒤돌아 보니 흰색의 암벽이 드러난 희양산이 보인다. 역시 포토 스팟이 중요하다. 험한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분지가 봉암사 터이다. 그래서 봉암사는 경상도에 있지만 백제형 사찰처럼 널찍널찍한 마당과 확 트인 경내를 자랑한다.

 

예불이 끝나고 점심을 먹고 큰 스님의 법문까지 시간이 남았기에 조심조심 조용히 찬찬히 다시 한번 전각과 적조탑를 보았다.

 

봉암사에서 제일 오랜 된 전각인 극락전은 정말 특이한 전각이다. 3x3칸 짜리 작은 전방형 전각인데 가운데 한칸만 실내이고 주위는 작은 회랑이다. 정말 앙증맞다. 다섯 사람이 들어가기도 벅찬 작은 전각이다.

 

문경 봉암사 극락전 문화재 사진

기와가 이층으로 되어 있는데 1층 지붕은 익공계이고 2층은 다포계 공포이다. 보통 다층인 지붕인 경우 1층, 2층 모두 다포계로 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이런 점이 얼핏 보면 '불균형'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회랑을 돌며 자세히 보니 다포계 지붕에 '눈썹지붕'을 사방으로 돌린 인상이었다.

 

새로 지은 대웅전은 정말 크고 웅장하다. (물론 조계사 만은 못하지만 일반적인 다른 사찰들에 비해서 크다. ) 석가모니 부처님과 협시 보살을 모셨는데 후불탱화가 특이하다. 그림이라기보다는 목각 부조인데 화려하면서도 기품을 갖추었다. 때로는 너무 화려하다 못해 천해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 대웅전의 부조는 그런 것을 극복한 것처럼 보인다.

 

대웅전 앞에는 유홍준님이 칭찬한 노주석이 보인다. 텅 비어 있는(그 흔한 탑도 없다.) 대웅전 앞마당을 그나마 노주석이 채우고 있다. 아마도 유홍준님이 그 글을 쓰실 때 이 대웅전을 없었을 것이다. 현재의 금색전이 과거의 대웅전이었을 때 대웅전 앞의 노주석을 칭찬했는데 노주석은 새로 지은 대웅전을 따라온 것 같다.

 

대웅전을 지나 그 유명한 지증대사적조탑과 비를 자세히 보았다. 내가 직접 본 부도탑 중에 가장 화려하고 크다. 사진에서 느낄 수 없는 장중함을 느끼게 한다.

지증대사는 봉암사를 창건하신 분인데 우리나라 사찰 중에서 창건주의 부도탑과 비가 이렇게 온전하게 경내에 잘 남아 있는 경우가 드문 것 같다. 그러면에서 지증대사는 행복하신 분이다.

부도탑은 특히 장식이 화려하고 비율이 좋다. 가르빙가, 사자, 사천왕상, 연꽃 무늬가 잘 새겨져 있다.

사진에서 볼 때 적조탑의 전각에 단청이 있고 난간도 홍살문처럼 뾰족뾰족했는데 이번에 가보니 단청없는 전각에 난간이 일반적인 루의 난간 모양이다. 그새 또 다시 만들었나보다.

 

 

 

지증대사 부도탑을 보고 금색전에 갔다.

유홍준님의 책에 대웅전으로 기술되었던 전각이다. 유홍준님이 안타깝게 생각했던 대웅전 물받침 홈통을 찾아보았다. 금색전의 기단이 아닌 그 아래 기단에서 희미하게나마 오래되고 비슷한 모양의 석축을 발견하였다.

금색전은 세로 지은 대웅전보다 아기자기하게 예뻤다. 물론 이 전각도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대웅전보다는 오래되었다. 전면 공포 밑 어칸 기둥과 만나는 창방에 용머리가 앞으로 나와 있다. 법당 안을 보니 용꼬리는 법당 안으로 들어 와 있다. 용꼬리가 법당을 지나 법당 후면 창방으로 나와 있던 천은사 극락전이 생각나서 웃었다. 천은사 용보다 '숏꼬리' 용이라는 생각을 했다.

 

금색전 안에는 비로자나불이 모셔져 있고 금색전 앞에는 고려시대 석탑이 있다. . 보통 비로자나불이 모셔져 있는 전각 앞에는 탑을 세우지 않는다.

 

보통 사찰에서 대웅전을 확장할 때는 과거의 전각을 헐고 그 자리에 짓는데 봉암사는 다른 곳에 새로 짓고 과거의 대웅전을 남겼다. 탑도 그대로 있고 이름만 금색전으로 바꾸고 불상은 석가모니 부처님을 또 모시기 그러니까 비로자나불로 바꾸었다. 이른바 불교적 상식에 어긋난 것이다.

고려시대 탑을 옮기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노주석만 옮긴 것 같다.

 

봉암사에 오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불교적 상식이 있는 분들이니 그 것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는지 안내하시는 스님은 먼저 '내 마음의 불사'가 중요하지 '눈에 보이는 불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못을 박으신다.

 

석탑은 석가탑 모양인데 나름대로 균형이 잘 잡혀있다. 그러나 고치는 중인지 철제빔으로 둘러 쌓여 있어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피기 힘들었다.

 

경내 마당에는 작은 조약돌이 깔려 있어 걸을 때 마다 큰 소리가 났다. 스님 말씀대로 뒷꿈치 들고 걸어도 소리는 줄지 않는다. 경내에서는 조용히 다니라고 하면서 왜 이리 큰 소리가 나는 조약돌을 깔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흙 땅이면 더 조용할 것 같았다. 마당을 걸으면 아예 큰소리가 나게해서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걷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일까? 아니면 여름 장마철에 고무신에 진흙 묻는 것을 감소 시키려는 목적일까? 일본 전통집의 삐걱거리는 마루(꾀꼬리마루)가 생각났다.

 

경내를 둘러보고 1시부터 봉암사 수좌스님이신 적명스님의 법문을 들었다. 그냥 국보와 보물을 보러왔다가 횡재한 느낌이다. 처음보는 스님이지만 꽤 법문을 잘하시는 것 같다. 고요한 힘이 느껴지는 법문이었다. 불교가 세상 사람들에게 줄수 있는 것, 선을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 말씀하셨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삼매체험과 깨달음의 차이였다. 책에서 설명하는 삼매와 깨달음이 무엇이지 혼동하고 있었는데 아주 명쾌한 설명을 주셨다.

법문 내용을 내가 이해했는지 잘 모르지만 큰스님께서 법문하시기 전에 젊은 스님이 제발 졸지 말라고 하셨는데 약 한시간동안 딱딱한 바닥에 허리 세우고 앉아 졸지 않은 것에 만족한다.

 

주차장으로 내려 오는데 절 옆의 우렁찬 계곡물 소리가 들렸다. 가을에 이 정도 소리면 비 많이 오는 여름철에는 엄청날 것 같았다. 선수행하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았다. 극복해야 할 장애?

 

시간상 마애불을 보지 못했는데 항상 모든 것을 한번에 다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내려 오는데 밭에서 스님들이 '울력'을 하고 계시다. 사찰에 가서 이렇게 많은 스님들을 한꺼번에 본 것이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일요일에 절에 가면 스님들은 다 숨고 관광객들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