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116.67.40.25/NEW_PDF/20120131.pdf 금산사 대장전 벽화 281쪽
올해 들어 두 번째 역사문하탐방이다. 두 번째 가이드 역할을 했다.
금산사 주차장에 들어서 버스에 내리니 찻길과 사람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반갑다.
처음 가보는 사찰이지만 나는 이 탐방 모임의 ‘가이드’라는 자부심을 안고 자신 있게 걸어 들어 갔다. 마치 그 동안 열심히 연습해왔던 노래 솜씨를 뽐내는 유치원생 같은 심정이었다.
작은 계곡 위에 걸쳐진 해탈교를 지나니 금강문, 천왕문이 차례로 나타난다.
친절하게도 기둥에 건축물들의 이름을 한문에 약한 사람들을 위하여 한글로 적어 놓았다.
한 사찰에 금강문과 천왕문을 함께 만든 곳은 흔하지 않다. 대부분 둘 중 하나만 만드는데 이 절은 굳건히 지켜야 할 것들이 많이 있나보다. 아마도 임진왜란 때 승병들이 활약하던 절이라 ‘문’의 기운보다는 ‘무’의 기운이 더 센 모양이다.
금강문보다 더 안에 들어와 있는 당간지주를 보니 예전에는 사찰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나보다.
해탈문의 역할을 하니 보제루의 밑을 지나다 보니 임진왜란 때 승병들의 훈련장으로 쓰였을 듯한 널찍한 마당 건너 뒤의 산세를 닮아 낮게 깔린 대적광전이 눈에 들어 온다. 오른쪽을 바라보니 오늘의 하이라이트 ‘미륵전’이 보인다. 대적광전에 잠깐 양해(?)를 구하고 미륵전으로 발길을 돌렸다. 미륵전은 보수공사를 하는지 건물 외부에 비계가 받쳐져 있다.
우리나라에 흔하지 않은 삼층 목조건물이다. 물론 외부는 3층이지만 내부는 하나로 터진 1층이다. 화엄사의 각황전은 외부2층, 내부1층으로 매우 넓은 공간을 형성하고 있는데 금산사의 미륵전은 수평전으로 넓다기보다는 수직적인 거대한 공간을 형성하여 고개를 쳐들고 미륵불을 올려다 보아야 한다.
실내에 모셔진 이렇게 큰 장육상은 처음 보았다. 지금가까지 내가 본 미륵불은 실외에 있는 거대한 미륵불들이었다. 최근에 본 것은 서울 봉은사에 새로 조성된 미륵불이었다.
석고에 금을 입힌 미륵불로 오래된 불상은 아니지만 실내를 꽉 채우는 거대함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야외 미륵상보다 높은 실내를 꽉 채우는 거대함이 더욱더 종교적인 분위기를 살리는 것 같다.
미륵전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이는 것은 3층 높이의 단일 기둥을 구할 수 없어 2개로 연장된 내진고주이다. 대부분의 중요 전각에는 이런 식으로 연장된 기둥을 사용하지 않지만 그 높이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리라. 오래된 내부 공포와 벽들이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외부에 설치된 비계가 그런 위기감을 부채질하는 것 같다.
금산사 미륵전에 가서는 현재의 연화대 밑에 있는 청동대좌를 꼭 만지고 와야 한다는 여러 사람들의 충고에 따라 만원을 내고 쌀봉지를 사서 부처님께 올리고 줄서서 내려가서 예전 불상의 연화대였던 청동수좌를 만지고 왔다. 어떻게 생각하면 너무 ‘상업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차피 절에 가면 불전함에 만원 정도는 넣는데 그게 그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동수좌를 만지면서 특별히 기도를 했다기보다는 그냥 열심히 만졌다.
열심히 건축에 대한 설명을 해도 친구들은 농담조로 ‘기도발 ’잘 받는 곳을 먼저 물어 본다....
미륵전 외벽의 벽화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와서 벽화를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비계 때문에 잘 볼 수 없었다. 아쉽다...
미륵전 옆을 돌아 방등계단을 올라가는 계단에 서서 뒤를 돌아보니 미륵전의 상층부가 더 자세히 보인다. 계단을 다 오르니 벽이 뚫린 작은 적멸보궁이 있고 그 앞에 방등계단이 있다. 그동안 사찰에 많이 다니지는 않았지만 계단(戒壇)은 처음 보았다. 계단은 스님들이 계를 받는 장소로서 통도사의 금강계단이 유명하다고 한다. 옛 인도 스타일 탑의 후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등계단 위에 있는 부도의 머리 부분을 장식하는 아홉 마리의 용도 확인을 하고 계단 주변의 인물상들도 확인을 했다. 그러나 방등계단 앞의 고려시대 오층탑은 왜 그 자리에 있는지 궁금했다. 아마도 과거 금산사가 컸을 때 다른 곳에 있던 것을 여기로 옮긴 듯하다.
이 탑의 위치를 어디에 잡을 지 후세인들이 고민쯤 했을 것 같다. 대적광전 앞에도, 미륵전 앞에도 오층탑을 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방등계단을 내려 오니 거대한 대적광전이 보인다. 1980년대 화재로 다 타서 과거와 똑 같이 다시 지었다고 한다. 좌우 길이가 아마도 우리나라 불교 전각 중에서는 제일 긴 것 같다. 그러나 앞뒤 길이는 짧아서 실내를 들여다 보니 조금 답답해 보이기도 한다. 그 유명한 다섯 부처님과 여섯 분의 보살님을 다 모셔 놓았는데 상호가 다 똑같다. 같이 가신 어느 선생님이 좀 성의가 없어 보인다는 언급을 하셨는데 맞는 말인 것 같다. 겨우 수인으로 구분 할 수 있을 정도인데 그래서 그런지 불상마다 이름을 다 적어 놓았다.
그나마 문살의 문양이 예쁘고 특이했다. 연꽃과 함께 연자 문양도 함께 장식했는데 살짝 화려 하면서도 그 정도를 넘지 않았다.
북적거리는 대적광전(아마도 법회를 하려는 듯)에 기어코 들어가 삼배를 마치고 나와 기단에 앉아 사진을 찍고 그 유명한 대장전을 둘러 보았다. 작지만 사람의 눈길을 끄는 전각이다. 이름이 대장전이지만 석가모니 부처님과 두 제자(가섭과 아난)을 모셨다. 석가모니 부처님 등 뒤에는 화려한 청동광배가 보인다. 많은 제자 들 중 가섭과 아난을 모셔 교종과 선종의 통합을 시도하려는 듯하다. 아나존자를 볼 때마다 사람이 기억력이 좋다고 일찍 지혜로와 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한번 들은 것은 절대 잊지 않는 아난이었지만 부처님 열반 때까지 아라한과에 들지 못했다.
대장전의 용마루에는 석탑 꼭대기에서 볼 수 있는 복발과 복주가 있다. 이것 때문에 대장전이 과거에 목탑이었다는 주장이 대두되었는데 지금 있는 전각이 목탑이었다기 보다는 이 자리에 목탑이 있다가 타 버리고 복발과 복주가 남았는데 다시 지으면서 복발가 복주를 용마루에 올렸다는 주장이 더 타당성이 잇는 것 같다. 현재의 대장전의 평면은 목탑형식의 전각의 특징인 정사각형이 아닌 직사각형이다.
외벽에는 벽화로 장식되어 있는데 전면에는 사자에 올라 탄 문수동자와 코끼리에 올라탄 보현동자의 그림이 있다. 각 동물의 모습이 매우 해학적으로 그려져 ‘조선후기 사찰벽화에 나타나는 민화의 영향’을 느낄 수 있었다.
금산사에 홈페이지에는 대장전 외벽화에 대한 설명이 조금 있는데 내가 보기에 많이 다른 것 같았다. 내가 아는 그림들도 있고 모르는 것들도 많다. ‘이야기’란 ‘설화’란 끝이 없다.
우리네 인생을 비유한 ‘절벽에 매달렸는데 밑에는 뱀이 낼름거리고 매달린 나뭇가지를 쥐가 갉고 있는 그림’은 다시 한번 삶을 돌아보게 한다.
보리달마의 제자가 되기 위해 팔을 잘랐던 혜가의 그림을 보면서 ‘motivation'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래, 공부에는 재능보다는 ’동기부여‘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팔을 자를 정도로 원한다면 무엇을 못하리....
잠시 나무 그늘에 앉아 넓은 마당을 바라보다가 서서히 나오면서 보제루 밑에서 뒤를 돌아 보았다. 언젠가부터 절에 갈 때마다 나오면서 뒤를 돌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보제루의 낮은 천장이 만드는 풍경의 틀은 사찰의 마당과 대적광전을 더 넓게 보이게 하는 것 같다.
이 보제루를 거쳐 지나갔던 수 많은 다른 사람들처럼 기억에 오래 남는 하루이기를 바라면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버스에 오르기 전에 일주문을 쳐다보았다. 정말 두꺼운 일주문 기둥을 바라보며 우리나라 나무는 아닐 거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 금산사 방문을 통해 미륵불에 대한 공부를 좀 한 것이 기억에 남을 것이다.
미륵불은 미래불이며 이 땅에 내려와 용화삼회를 통해 남은 중생을 구제하는 부처님이라는 사전적인 의미만을 알고 있었는데 이리저리 자료를 찾아보며 새로 알게 된 것이 많이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존재의 특성’인 삼법인, 무상, 무아, 고...
그 무상을 종교 자체에 적용해서 불교도 언젠가는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세월인 ‘말법’ 시대에 대해 논했다는 자체가 놀라웠다.
또한 부처님 사후 57억년... 확실히 옛 인도인들의 시간과 공간 개념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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