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설당은 오래된 목조건물(문화재)이 아니다. 봉암사의 공양간이다. 1층은 시멘트 기둥의 현대식 채식 부페 식당과 주방을 겸하고 2층은 목조 기둥에 전통 발우공양을 하는 탁 트여진 온돌 방이다.
우리는 1층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식탁의 자리마다 이름이 씌여져 있었다. 식사 후 법문을 듣기 위해 2층으로 올라 갔더니 벽에 좁은 선반이 있고 그 선반에 발우가 쭉 놓여 있었는데 발우가 놓여진 선반에 스님들 이름이 씌여져 있었다. 스님들은 식탁에서 밥을 먹을 때도 '제자리'가 있나보다. 군대보다도 더 엄격한 공동 생활이다. (사실 군대 가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군대의 식탁에 이름이 붙어 있을 것 같지 않다.)
스님들이 언제 식탁에서 밥 먹고 언제 발우공양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전통과 현대적 편리 사이의 타협이 보인다.
선방 선반에 발우가 올려져 있는 풍경은 TV 다큐멘타리에서나 보던 풍경이다. 실제로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2층방에는 선반에 올려진 발우와 앞쪽에 법문하실 스님이 앉을 의자와 마이크 이외에는 가구가 없는 넓은 방이다. 흔한 방석조차 보이지 않았다. 인원이 너무 많아 방석을 꺼내지 않은 것 같다.
방 앞쪽 벽에는 안거에 들어가기 전에 각 스님들의 소임을 적은 용상방(龍象榜)이 걸려 있다. 큰 종이에 멋들어지게 추사체 비슷하게 한자로 소임을 쓰고 그 밑에는 컴퓨터로 출력한 한글 이름을 붙여 놓았다.. 용상방조차도 재활용이 가능하게 '안거'자 앞에 '동'자나' 하'자를 바꿀 수 있고 연도도 바꿀수 있게 되어 있었다. 살짝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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