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미황사에 도착했다. 이 곳은 2007년부터 가고 싶었지만 너무 멀고 머무 바빠서 갈 수 없었던 곳이다. 친구들과도 언젠가 하넙 가보자고 말한지 몇 년 된 것 같다. 각자 직업이 있고 아직 어린 아이들이 있는 '아줌마'들에게는 친구들끼리의 며칠 여행은 정말 쉽지 않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찰은 산 높이의 아래 1/3 위치에 있어서 사찰에 들어 서면 산으로 푹 쌓인 아늑한 느김을 준다. 그러나 미황사는 그보다 높이 위치해 있어서 아늑한 느낌보다는 아래 내려다 보는 풍경이 멋있는 사찰이다. 마치 산아래 고을을 내 정원으로 삼고 있는 부석사와 마찬가지 이다. 날이 맑으면 바다가 보이는 풍경을 자랑하고 있지만 날이 흐리니 잘 보이지 않았다. 사진에서 숱하게 보았던 대웅전은 사진 그대로이다. 단청없는 대웅전은 세월을 그대로 말해 주고 있다. 초석에 새겨진 게와 자라 무늬도 정말 있다. 그러나 전면 초석에만 있다. 미황사에서 이틀밤을 잤는데 하루종일 비만 내렸다. 그 아름답다는 낙조도 보지 못하고 바닷가도 거닐지 못했지만 산사의 마루에 앉아 보는 비내리는 광경은 지루하지 않았다. 평소 시간에 쫓겨 관광 산사와 하룻밤 자면서 경험하는 산사는 많이 다르다. 관광할 때는 이것저것 배운것 확인하느라 생각이 많지만 하룻밤 지내면서 경험하는 산사는 생각을 비우게 한다. 아무 생각없이 내리는 비를 쳐다보는 것... 정말 좋다. 서울에 두고 온 나를 잠시 잊게 했다.
우리가 머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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