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여행

20121208 운탄고도(강원도 정선군)

gotemple 2012. 12. 10. 05:30

신문에서 '하이블루 라이프'라는 사이트를 보았다.

'걷기 전문회사'라고 했다.

지난 월요일에 혼자 관악산에 갔다가 눈을 만난 이후 겨울 걷기는 한강변 외에는 혼자하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이 사이트를 발견한 것이다.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여러 일정이 있는데 '운탄고도 길'이 있었다.

운탄고도는 과거에 이 지역 탄광이 활발할 때 석탄을 운반하던 길인데 탄광이 문을 닫은 후 걷는 길로 개발된 곳이 란다. 출발지인 만항재는 도로가 포장된 길 중 가장 높은 구간이란다.

 

내 체력으로는 잘 걷는 사람들 사이에 들어 가면 안되기 때문에 '난이도'가 중요한데 운탄고도는 '하'였다. 이 정도면 할만 하다는 생각에 신청을 하였다.

아이젠이 필요하다고 해서 지난번 한강에서 만난 눈 정도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버스 타는 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는 순간 무엇인가 불길하다는 생각을 했다.

첫번재로 남자들이 반 이상이고 그것도 20대, 30대인 사람들도 많았다.

 

약 3시간 40분을 달려 버스에서 내리자 '그냥' 버스에서 기다리고 싶어졌다.

아이젠 달고 눈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는 스패츠를 끼고 걷기 시작했다.

길은 비록 평탄한 길이지만 눈이 20-30cm 정도 있어서 걷기 힘들었다.

생각해 보니 내 생전에 이런 눈길을 아이젠 달고 걷는 것이 처음인 것 같았다.

일행은 뒷쪽에 서니 앞 사람들이 다져 놓은 발자국을 디디면 좀 쉽지만 앞 사람들의 보폭이 넓어서 그것도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사진도 찍으며 좀 여유가 있었지만 잠깐 서서 쉬는 것 이외에 점심 시간도 없이 초콜렛 먹으면서 11시부터 4시까지 걷고 나니 후반부에 가서는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춥다고 옷을 잔뜩 입었고 마침 바람도 불지 않아 춥지는 않았다.

그러나 온도는 꽤 낮아서 물통의 물이 얼어서 물을 먹기가 힘들었다.

 

예상대로 일행의 끝부분에 뒤쳐져서 내 생각에는 선두보다 한 30분 정도 늦게 버스에 도착한 것 같았다.

지난번 제주 올래길 때도 꼴지였지만 그 꼴찌는 선두와 얼마 차이나지 않는 꼴지였도 최소한 내 앞 사람이 보이는 수준이었다.

이번 꼴찌는 내 앞 사람도 보이지 않고 내 뒷 사람도 보이지 않을 때가 많은 꼴찌였다.

다행히 내 뒤에 나보다 나이 많은 아줌마 두 분이 있었다.

미리 와 차안에서 오래 기다린 일행들에게 미안했다. 제대로 민폐녀가 되었다.

 

흰 눈이 쌓인 길을 혼자서 걸어 가는 기분.

물론 앞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발자국이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지만 고독감이 느껴졌다.

누군가 말한 '치열한 고독감'이란 이런 것일까?

 

그렇지 않아도 힘든데 작은 트럭이 지나가면서 앞에 사람들이 다져 놓았던 길을 망쳐 버렸다.

타이어 자국으로 길을 좁게 만들어 그렇지 않아도 고관절 아픈데 더 힘들게 만들어 놓았다.

지나가 버린 트럭의 뒤꽁무니를 보면서 짐칸에 태워 달라고 할껄하는 후회도 했다.

 

다섯시간 걷는다는 것이 지루해 보일 것 같은데 미끌어지지 않으려고 앞 사람 발자국에 온 신경을 집중하다보니 경치 구경할 시간도 없이 너무 잘 갔다. 사진 찍을 때 이외에는 경치를 구경할 시간도 없었다.

버스에 타고 보니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 파카와 안에 입은 폴라리스 겉 옷이 다 젖었다.

 

늦은 점심을 먹을 때 여러번 왔던 분이 한번 이렇게 힘들게 걸으면 다음에는 쉬울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 길을 다시 올 엄두가 나지 않는다. (운탄고도는 4번에 나누어 걷는데 이번이 첫번째 길이었다. )

(다른 사람들은 내가 또 신청할까 무서워 할지도 모른다.)

한강변을 걸을 때도 '완전무장'하고 걷는 나에게 아이들이 '히말라야산'에 가느냐고 놀리지만 이 정도면 나에게는 히말라야 산이었다.

 

아직은 다시 갈 엄두가 나지 않는 너무나 힘든 여행이었지만 돌아 오는 버스 안에서 기분은 좋았다.

또 오고 가는 버스 안에서 '침묵모드'를 '강요'하는 이 회사의 지침이 혼자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고맙다.

같은 버스 안에 있는데 불편 사항도 문자로 넣으란다.

 

http://www.hiblue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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