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내려 인터넷에서 찾은 승가사 가는 길에 오르니 일단 경사부터 가파르다. 차가 다니는 길이라 해도 너무 좁고 포장한 시멘트가 여기저기 파여 있어 왠만한 강심장을 가지고는 운전하기 힘든 길이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가끔 지나는 차량이 보이지만 거의 없다. 아름드리 소나무는 아니지만 소나무숲을 관통하는 길이다. 한시간 넘게 올라가니 드디어 일주문이 보인다.
일주문을 지나자 또 압박감을 주는 석조계단이 보이고 계단을 올라서자 하얀 석탑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탑양식이며 오래된 탑처럼 보이지 않았다. 1994년에 조성한 남북통일 호국보탑이다. 탑 안에 감실을 만들어 불상을 안치하는 양식은 인도나 티벳 양식이다. 하부는 인도, 티벳 양식, 상부는 원나라 영향을 받은 고려시대 양식(경천사지 10층석탑)이다. 하여튼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수 있는 양식이 아니다.
마치 일주문 다음에 나오는 사천왕문을 대신하듯 탑 둘레에 사천왕상을 새기고 후면에는 예적금강까지 새겼다. 탑 중앙에는 방을 만들어 부처님을 모시었다. 아마도 초기 인도불교 시절에 이런 양식의 탑이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했다.
탑을 돌아 보고 대웅전으로 향하니 또 다른 나무 계단이 한숨을 나오게 한다.
가파른 북한산에 있는 절에 와서 계단 타령을 하는 자신이 부끄럽다.
계단을 다 오르니 왼쪽에 요사채가 보이고 (일요일이라 등산객들에게 점심을 대접하고 있었다.) 루를 대신한 종각 밑을 지나니 대웅전이 보인다.
화강암을 깐 마당은 좁았다. 이 가파른 경사지에 어렵게 사찰을 조성했다.
대웅전과 산신각을 둘러 보니 왼쪽으로 또 가파른 계단이 보인다.
자연석굴에 조성한 약사전과 108계단을 오르면 마애불을 볼 수 있다.
약사전에는 보물 제10000호인 승가사석조승가대사상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수 있는 상이 아니다. 승가대사숭배전통이 우리나라에서는 흥하지 않았던 것 같다.
뒤의 광배와 승가대사상의 돌의 색깔이 다르다. 대사상의 돌은 흰색이어서 고려시대상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새것처럼 보인다. 얼굴의 분위기는 매우 온화하다. 대사상 왼쪽에는 약수물이 나오고 있어서 한잔 떠 먹어 보았다.
약사전 앞 그 작은 공터에 예쁘게 꽃을 심어 놓았다. 큰 바위들 사이에 어렵게 핀 작은 꽃들이 사랑스럽다.
약사전을 지나 마애불로 향하니 108계단이 한 눈에 보이고 그 끝에 마애불이 보였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수도 없지만 내려올 때를 생각하니 아득했다.
긴 계단을 오를 때는 위를 쳐다보는 것보다 바로 다음 계단 만을 생각하는 것이 오르기 쉽다.
고려시대 마애불로 보물215호인 마애불은 굉장히 당당한 느낌을 준다. 바위에 끼워 놓은 뚜껑돌은 불안해 보인다.
http://cafe.cha.go.kr/brd/viewClubBrdArt.vw?artNo=7185&clubId=durebag&brdCatNo=3358
마애불을 돌아보고 내려오니 한바탕 소나기가 내렸다. 다행히 종무소 처마밑에서 비을 피했다. 산사에서 맞이한 소나기는 풍치가 좋다. 시각과 청각과 후각을 한꺼번에 자극하는 경험이다. 한 30년 전 소금강에 갔다가 소나기를 만나서 근처 산사에서 피했던 기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내려오는 길에 화장실에 들렸는데 아뿔사 화장실에 문이 없고 비록 시멘트구조이기는 하지만 전통식 화장실이었다. 오래 머물지 말란 뜻 같았다.
내려 올 때는 계곡길을 따라 있는 등산로로 내려 왔다. 그 유명한 구기동 계곡이다.
고여 있는 계곡 웅덩이에는 뒷발 나온 올챙이들이 땅으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계곡은 좋지만 계곡에 발 담그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어떤 남자분이 용감하게 잠깐 발 씻다가 아줌마와 흰머리의 할머니로 구성된 감시원에게 혼났다. 아무도 대적할 수 없는 감시원들이다. 같이 온 듯한 일행은 '거 봐라'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do?docid=b13s1446b
일주문
계단
남북통일호국보탑
탑 안에 부처님을 모셨고 외부에 사천왕상을 새겼다.
사천왕문 역할을 하는 듯.
후면 중앙에 예적금강을 새겼다.
대웅전
대웅전 외벽 벽화 , 심우도와 여러 스님들의 일화를 그렸는데 친절하게도 설명이 한글로 되어 있어 좋았다.
그림도 그냥 그림이 아니라 목조부조에 채색했다.
내려다 본 북한산 전경
약사전. 승가대사상이 모셔져 있다.
진입로 양쪽에는 작은 화단이 조성되어 있다.
승가대사상, 왼쪽에 약수물이 나오는곳이 있는데 철문으로 닫혀있다.
마애불 가는 길, 큰 바위에 계단을 새겼다.
마애불 계단
마애불
연꽃무늬가 매우 뚜렷하다.
예전에 전면에 전각이 있었는지 바위에 구멍이 남아 있다.
마애불에서 내려다 본 북한산
내려 오는 길
돌에 올챙이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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