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기외 사찰

20100314 3. 무위사

gotemple 2010. 3. 15. 07:25

무위사. 이름이 참 특이한 절이다. 한문을 많이 모르지만 위는 할 위자라 무엇인가 action을 취한다는 뜻이라 무위는 하지 않는다는 의미니 '노는 절'이다.

 

어디서 줏어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무위는 도교에서 주로 쓰는 용어로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는 것' '고통을 야기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라 한다.

불교 사찰에 도교적인 이름을 붙인 것도 특이하지만 사찰 내 박물관에 붙어 있는 '무위'의 설명은 너무 어려워 듣지않는 것 못한 느낌이다.

 

개발의 바람이 여기까지 들어 왔는지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경내에 있는 포크레인이다. 공사 중이라 사천왕문도 통과하지 못하고 옆길로 들어 서니 극락보전이 눈에 들어 온다. 어서 가서 자세히 보고 싶은데 가이드 선생님은 벽화를 모아 놓은 박물관을 먼저 안내한다.

 

예전에는 극락보전 외벽과 내벽에 벽화가 있었지만 보수 공사 때문에 벽채 뜯어 박물관에 모셨단다. 관세음 보살과 아미타불, 주악비천도 등이 있다. 관세음보살은 예쁘다 못해 요염하기 까지 하다. 주악 비천도의 비천상은 최근에 본 마네의 올랭피아를 연상할 정도로 요염하고 당돌하다.

 

 

국보라는 극락보전 앞에 섰다. 대부분 사찰의 본전 앞에 있는 석등이나 탑도 없이 꽃무늬가 새겨진 네모난 타일 모양의 돌 만 극락보전 앞에 덩그러니 있다. 무슨 용도일까? 탑이 없으니 극락보전의 모습이 더 훤칠해 보인다.

 

극락보전은 맞배형식의 지붕과 주심포 양식의 공포를 가지고 있다. 화려하지 않은 소박함과 간결미를 뽐내고 있다. 나는 다포형식보다는 주심포 양식을 좋아한다. 다포형식은 내게 번거롭다.

 

극락보전 안에 들어서니 가이드 선생님이 강조하시던 후불벽화가 눈에 들어 온다. 고려시대의 영향이 남은 아미타불.. 눈동자가 미완성인 관세음 보살...

화려하고 세밀화에 가까운 고려불화에 비해 캐리커쳐 같은 느낌을 준다. 예전에 방문했던 내소사에서 들었던 '파랑새' 설화가 이 극락전에도 있단다. 파랑새가 그리다가 사람들이 들여다보는 바람에 날아가서 눈동자를 완성하지 못했다는....

 

아미타불 옆 지장 보살 머리위에 파랑새가 어렴풋이 있다는데 내 눈에는 확실히 보이지 않는다. 성격 않좋은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걸까?

 

불단을 돌아서 후벽에 있는 백의관세음보살을 보았다. 다른 책에서 극찬하던 작품을 볼때는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곤 한다. 나는 그 아름다움을 알아보지 못하면 어쩌나하는...

 

백의 관음보살상도 그런 작품 중의 하나인데 내게는 그렇게 감명 깊지 않았다. 일단 여성성보다는 남성성이 두드러졌고 팔이 너무 길어 보이고 손도 컸다. 남성성을 강조하다보니 손이 커졌을까?

 

수월관음도에서 관세음보살과 함께 항상 그려지는 선재 동자를 찾다보니 좌측 하단에 어렴풋이 보이기는 하는데 동자의모습이 아니라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그림이 흐려져서 잘못 본 줄 알았다. 나중에 설명을 보니 노승이시란다.

 

이 그림은 그린 화가는 여성성과 세밀한 아름다움의 극치를 발하는 고려 불화에 반기를 들고 싶었던 것일까? 전통에 의존 하면서는 약간의 일탈을 즐기는 타입인가?

 

진흙 벽에 그려진 그림들이 이렇게 오래 버틸 수 있다니 놀랐다. 특히 외벽에 그렸졌던 그림들은 그 동안 세월의 풍화를 어떻게 견뎠을까?

 

눈을 들어 천장을 보니 소박한 닫집과 연꽃 씨앗 모양의 꽃무의가 보인다. 조선 후기에 개축된 절들과는 달리 닫집이 소박하다.

 

시간이 너무 촉박하여 그림과 극락전 만을 급히 보고 돌아왔다. 산사의 풍경을 느긋하게 감상하는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극락보전 앞의 홍매화의 향기조차 느긋하게 맡을 수 없었다.

 

탑이나 석등하나 없는 텅빈 마당에 서서 '텅빔'을 만끽할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지 못해서 아쉽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까?

 

당일로 서울에서 출발하여 운주사와 무위사를 함께 보는 것은 결코 느긋한 감상은 아니다.

 

 

 

http://www.muwisa.com/meeting/home.html

: 홈피에 지붕양식과 공포양식을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