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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 사하촌에서 점심을 먹고 추사고택에 갔다.
'추사 김정희'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명필이지만 막상 그의 일생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아마도 정치가보다는 예술가로 분류되기 때문이리라. 아마도 때를 잘 타고 났더라면 괜찮은 정치가가 될 수도 있었던 사람이다.
추사고택에서 제일 먼저 본 것은 고조부능에 있는 백송이다. 추사가 20대때 친부를 따라(추사는 어릴 때 백부의 양자가 되어 월성위 (영조의 부마)사당을 물려 받았다.) 연경에 가서 백송묘목을 가져 온 것이다.
햇빛에 반짝이는 백송은 마치 은박을 붙여 놓은 느낌이다. 알비노라는 단어가 생각았다.
백송을 보고 화순옹주(영조의 딸로 김정희의 증조모) 정려문을 보러 가는데 정려문 옆 모과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 온다. 최근에 아이들 감기 때문에 모과를 사려고 벼르고 있었기에 내 눈에 역사보다는 현실이 눈에 먼저 들어 온다.
묘막의 정려문에는 영조가 내렸다는 홍패가 붙어있다. 자손없이 남편이 죽은 후 긂어 죽었다는 화순옹주. 독하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에 대한 상실감이었을까 아니면 자손없는 사대부 과부의 남은 인생이 끔찍했을까?
월성위묘를 지나 드디어 고택에 다다랐다.
솟을 대문과 사랑채, 안채로 이루어진 단출한 고택이다. 절손이 되어 다른 사람들이 살다가 망가진 것을 나라에서 사들여서 정비하였단다. 그 집안은 정말 손이 귀한 집안이었나보다.
고택이라함은 아직도 살고 있는사람들의 손길이 있어야 정감이 가는데 이 집은 이제 그저 박제된 집에 불과하다. 너무도 깨끗하고 살림살이가 없어서 심심하다.
그러나 고택자체는 단순하면서도 품위가 있어 보인다. 한 때 거기서 살았던 사람들을 상상하여 보았다.
한여름 사랑채 문들을 모두 들어 올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친구들과 시론을 나누었던 옛 선비들들,
안채의 대청문들을 모두 들어 올리고 문중 사람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던 모습들...
이제는 점점 사라져가는 문명이다.
안채는 사랑채보다는 폐쇄적인 구조인 ㅁ자형이다. 부엌에 문이 없어서 좀 당황스러웠다. 어떤 식으로 문이 있었을까?
책에서 본 '불발기창'을 찾는데 한참 걸렸다. 한번도 가보지 않고 가이드하려니 황당하지만 회원님들이 이해해주시니 다행이다.
사대부집 안채의 ㅁ 자 마당에는 나무나 풀을 심지 않는다고 한다. ㅁ 자에 나무목자가 들어가면
困 곤란할 곤자이기 때문이란다.
우리나라 사찰이 아닌 일반 사대부들의 집들은 정말 머리를 써서 지은 집들이다. 한번 지으면 자자손손 살아야하기 때문에 생각을 많이 하고 지은 집들이다. 연료를 아끼기 위해서 온돌방을 작게 만들고 경제적인 실내 공간을 만들기 위해 마루를 크게 만들었다. 조화로은 성리학적 '예'와 실용을 위해 안채 방에 뒷문과 툇마루가 있다.
마지막 뒷쪽에는 김정희 사당이 있다. 단순 그 자체의 건물에 초상화가 있었다.
사당에서 내려 오며 사랑채의 지붕을 보니 오레된 서까래와 새 서까래가 섞여 있다.
고택을 지나니 새로 지은 박물관이 있다. 전시 된 작품들은 다 모조품인 것 같지만 어쨌든 함께 모아 놓으니 흐름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추사가 남긴 편액의 70%는 사찰 편액이란다. 따라서 그 진품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
그 유명한 세한도와 불이선란도 있다.
엄마가 답사 갔다와서 아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도 있다.
“내 글씨는 비록 말할 것도 못되지만
나는 70평생 벼루 열 개를 밑창 냈고 붓 일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었다.“
박물관을 나오면서 김정희라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천재로서 이름을 날렸고 정적들에게 몰려 제주도에서 9년 동안 위리안치를 당했고 이미 살아 생전에 자신의 명성이 역사에 길이 남으리라는 것을 본인이 이미 알고 있었던 사람이다.
전혀 평범한 사람들과는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하나 밖에 없는 서자인 아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공부를 하지 않아서 속을 끓이던 아버지였다는 사실에 친근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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