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정사 대웅전을 둘러보고 영산암으로 오르는 계단을 오르니 영산암 바깥마당이 보였다.
영산암은 일반적으로 '개방적'이라고 말하는 사찰 구조가 아닌 폐쇄적인 사찰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일단 사방이 담으로 둘러 쌓여 있어 우화루의 문을 닫으면 들어 갈 길이 없다.
우화루 밑을 통과하기 전 앞을 쳐다 보니 사진에서 많이 보았던 장면이 보였다.
문을 통과하기 전에는 오직 계단과 석등의 일부분 만 보이지만 우화루를 통과하면서 영산암의 모든 것이 한 눈에 들어 오도록 설계된 것이다.
오래 전에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지금은 스토리도 생각나지 않지만 영화를 보면서 '저 마루에 앉아서 재채기라도 하면 무너져 버릴 것' 같은 저 한옥은 도대체 어디인지 궁금했었다. 영화에서 빛바랜 단청은 거의 보이지 않아 사찰이라기 보다는 그저 한옥 같아 보였다.
영화에서 보이던 영산암의 이미지는 '황폐' '고독' '사라짐'이었다.
그러나 막상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덜 낡았고 강건했고(특히 응진전이) 따뜻함과 발랄함이 있었다.
날씨가 더워 그랬는지는 모르나 황폐함보다는 따뜻함이, 사라짐보다는 곳곳에 정성스런 보살핌이 느껴졌다.
대중을 위한 장소라기보다는 선방이라지만 응진전과 삼성각은 매우 대중적으로 보였다.
시기 불명의 건축물이라고 (아마도 19세기) 하지만 응진전은 그저 대충 지은 전각은 아닌 것 같았다. 공포의 쇠서를 연꽃으로 장식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어느 누군가가 정성드려 지은 것 같았다.
특히 세사람 이상 들어 가기 힘들 만큼 작은 전각인 삼성각은 너무 앙증 맞다. 들어 가서 절하다가 엉덩이로 뒤에 있는 문짝을 날릴뻔 했다. 같이 가신 회원님은 가운데서 절하다가 앞에 있는 보시함에 머리를 부딪히셨단다.
작년에 갔던 봉암사의 작은 극락전이 생각났다. 공간 없어도 기여코 들어가서 절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나의 이 집착은 언제나 끊어질까?
대충 다 구경하고 응진전과 요사채의 툇마루에 잠시 앉아 이 공간을 만끽했다.
봉정사는 대웅전에도 툇마루가 있는데 이 영산암에도 툇마루가 많다.
우리가 영산암에 들어서기 전에 텅 빈 영산암에서 혼자 툇마루에 앉아 있던 여자분이 있었다.
혼자서 그 공간을 만끽하고 있었구나하고 부러워했는데 사실은 해설사란다.
일요일이니 나와 있었나보다.
일요일이 아니었다면 이 툇마루에 좀 앉아서 천천히 차나 한잔 마시고 가면 얼마나 좋을까?
뒤돌아 나오는데 자연석의 모양을 그대로 살린 요사채의 초석과 기둥이 눈에 띄어 사진을 찍었다.
다 허물어져 가는 듯하지만 강건한 굴뚝도 한장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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