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봉은사에 갔다.
강남에 살 때는 봉은사에 정기적으로 다녔지만 강남을 떠난 뒤에는 자주 가기가 힘들어 졌다.
오랜만에 가보니 경내가 또 달라졌다. 좀 더 좋은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 기뻤다.
한 10년 전에 처음 봉은사에 가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지장전 근처에 슬레이트 지붕 건물이 있었는데 스님들이 사시는 가건물 요사채란다. 한마디로 불법 건축물.
코엑스 옆에 왠 슬레이트 지붕?
알고 보니 봉은사가 공원으로 지정되어 건물을 마음대로 짓지 못하는 상황이었단다.
요즘에는 그 가건물을 허물고 산뜻한 한옥 건물을 새로 지어 분위기가 확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2012년 쯤 다시 봉은사에 갔더니 대웅전 앞에 유리와 철골조로 된 가건물(임시법당)이 새로 생겼었다.
전통 사찰의 구조에서 텅빈 마당이 큰 역할을 한다고 굳게 믿고 있던 나로서는 정말 실망이었다.
신도들이 불편해서 만들었겠지만 나름대로 서울 시내의 대표적인 전통사찰임을 내세우는 사찰에서 국적 불명의 건축물을 만들어서 크게 실망했었다.
또 2014년에는 종루를 변형시켜 찻집을 만들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종루 찻집이 생긴 것이었다.
그렇게 찻집을 만들고 싶으면 차라리 종루를 없애고 완전한 찻집을 만들지 왠 종루 겸 찻집?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사찰 여건 상 종루가 없는 곳은 있어도 불전 사물과 사람이 같은 층에서 공존하는 전각은 없다.
종루에는 아침 저녁 예불 시간을 알리는 타종을 위해 스님들이 정식으로 가사를 입고 잠시 머무를 뿐. 즉 사찰에서 신성한 공간에 해당한다.
(물론 종루 밑에 사무실을 만드는 경우는 많다.)
종루가 없으면 아직 불사를 마치지 못했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다.
전국 사찰에 유행처럼 번지는 '다실'에 대한 로망은 이해하지만 종루와 찻집, 복합체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찰은 다실을 위한 루를 새로 만들거나 대웅전 앞의 루를 다실로 이용하지 종루와 합치지는 않는다.
일단 종루에 벽을 만든 전통사찰은 처음 보았다. 종루에 벽을 친다는 것은 종루의 의미나 상징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교 건축이란 상징과 기능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건축물이다. 기능만을 앞세운다면 종교건축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구조 상 벽을 칠 수 밖에 없는 현대건물의 사찰들도 있는데 좁은 공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
오늘 가보니 그런 문제들이 다 해결되었다.
대웅전 앞의 임시법당은 작년에 제거했고 슬레이트지붕 무허가 건물은 산뜻한 한옥으로 바꾸어졌다.
새 종루를 만들어 사물을 옮기고 말 많던 예전 종루는 진짜 다실로 탈바꿈 중이었다. 아직 공사 중.
드디어 봉은사도 차를 마실 수 있는 제대로 된 루가 생긴 것이다. 완성되면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
또한 도서관과 교육관도 생겼다.
그동안 강남의 봉은사란 명성은 지니고 있었지만 다른 사찰에 비해 열악한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명성에 맞게 그 규모를 갖추어 나가는 것 같다.
봉은사 연회다원 http://blog.daum.net/gotemplestay/534
봉은사 홈페이지 http://www.bongeunsa.org/
봉은사 설명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b10b0509a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14XXE0023980
부처님 오신날 행사를 위한 등
진여문, 일주문과 사천왕문이 합해진 형태
진여문의 사천왕상
서방광목천왕, 북방다문천왕(일반적으로 다문천왕은 탑을 들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창을 들고 있다.)
동방지국천왕, 남방증장천왕
우리나라 사찰의 사천왕은 조선 중기 넘어 가면서 방향과 지물에 대한 방향 이 전환되기도 한다.
사천왕의 방향과 지물은 티벳불교에서 정립된 것이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통일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석굴암의 사천왕에게는 현재와 같은 지물이 없다.
후대에 티벳의 영향이 들어왔는데 조선 중기 지나면서 방향 전환이 된 것 같다.
봉은사의 사천왕도 조선 후기 방향전환이 된 사천왕상인 것 같다.
다른 사찰과는 달리사천왕 이름을 적어 놓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는 일반적인 사천왕상 이름을 적었다.
등 때문에 법왕루가 보이지 않는다.
등 없을 때 모습
부도전
봉은사는 비록 강남 한복판에 있지만 산속에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조경을 가지고 있다.
직선을 자랑하는 일주문 밖의 세상에 비해 불규칙한 곡선들을 간직하고 있다.
내가 처음 봉은사에 매료된 이유는 이 봉은사 조경 때문이었다.
관세음보살상
법왕루 측면
법왕루
법왕루 내부에 관세음보살을 모셨다.
2014년 대웅전 앞 임시법당 있을 시절
2017년 2월, 임시법당을 치우니 한결 경내가 넓어진 느낌이다.
비록 절이 높은 현대식 빌딩에 둘러 쌓여 있지만 대웅전과 미륵대불 뒤로는 건물이 없어서 다행이다.
선불당
조선 초기에는 승과시를 보던 곳이었고 그 이후에는 스님들이 참선하던 선방으로 사용되던 건물, 지금은 신도들의 법회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찰은 선방을 그 절 신도들에게 개방할지 모르지만 일반 관람객들에게 개방하지 않는다.
봉은사 선불당은 일반 관람객들에게도 개방하기 때문에 잠시나마 선방의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앞뒤 지붕에 장식용 합각이 두 개씩 더 있어서 모두 여섯개의 합각을 가진 건물이 되었다.
합각에는 '만'자가 그려져 있다. 이런 지붕 양식은 우리나라 한옥에서 흔하지 않다.
1941년에 중건되었으니 일본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또한 3면에 툇마루가 둘러져있는 것도 독특하다. 대웅전 마당을 이루는 선방 중에 이렇게 3면이 마루로 둘러 쌓인 건물은 보기 힘들다.
대웅전 앞이라 마루에 앉아서 대웅전 마당과 지나는 사람들을 감상하기에 딱 좋다.
'쉬어감'을 불러 일으키는 마루이다. 물론 요즘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앉아서 스마트폰을 본다.
나는 벽과 기둥 마저 흰 종이로 덮은 선방의 내부 분위기가 좋다.
방에 앉아 있으면 기분이 안정되는 기분이 든다.
방문 밖을 내다보면 컬러의 세상이지만 방안은 흑백의 세상이다.
미니멀리즘의 극치이다.
돌도 늙는다.
대웅전, 등 때문에 전면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삼존불을 모셨다. 석가모니불, 아미타불, 약사불
신중도
봉은사의 대웅전 신중탱은 특이한 비대칭형 도상을 가지고 있다.
보통 신중탱은 위태천을 중심으로 대칭의 구조를 가지는데 이 신중탱에서 위태천은 오른쪽 위에 위치하고 범천과 제석천이 왼쪽으로 치우쳐 함께 그려져 있다.
감로도
지장전
지장보살
현왕탱
감로탱
사자도가 뒤에 그려져 있다.
영산전
나한상이 보수중이어서 사진만 있다.
영산전 신중탱
영산전 사자도
북극보전
봉은사의 북극보전은 다른 사찰의 칠성탱, 산신탱, 독성탱을 모시는 삼성각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북극보전이란 칠성탱을 모신 전각으로 이 이름을 쓰는 절은 칠성신앙이 강한 것 같다.
사찰 순례를 다니다 보면 북극보전이라는 이름을 가진 전각을 가끔 만난다.
통도사의 안양암과 비로암에 북극전이 있다.
http://blog.daum.net/gotemplestay/116
http://blog.daum.net/gotemplestay/118
1886년 제작, 칠성도의 모든 상징이 다 포함된 꽤 유명한 칠성도이다.
독성탱
산신탱
영각
미륵대불
미륵전
미륵전 전면
판전
판전 앞에 백송을 새로 심었다. 최근 전국 사찰에 백송 심는 것이 유행이다.
조선시대에 백송은 정말 귀한 나무였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조선시대 백송은 열그루가 안된다.
원산지인 중국에서 어렵게 구해와 심은 나무들이다.
추사고택에서 오래 된 백송을 본 적이 있다.
요즘에는 사찰이나 박물관 같은 조경이 필요한 곳에 많이 심고 있다.
묘목원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나 하는 생각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도 백송이 많이 심어져 있다.
추사 김정희의 마지막 작품이다.
판전비로자나불도
판전신중도
흥선대원군불망비
봉은사 수련원
교육관
다래헌
오래전 종루
새로 지은 종각 자리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겼다.
샘터
새로 지은 종각, 규모가 적당하다.
원래 이 자리에 오래 된 종루가 있었다.
2014년 일부를 찻집으로 변형했던 종루
이제는 내부에 에어콘까지 설치한 완전한 다실로 변신하고 있다.
벽과 천정을 유리로 만들었다.
좌식과 입식 겸용.
2013년에 찍은 종루, 규모가 종루치고는 좀 컸다.
2014년 6월 사진. 중앙에 칸막이를 하고 찻집을 만들었다.
전통사찰에서 종루에 벽을 만든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현대 사찰의 경우는 가끔 있는 것 같다.
범종이 옆으로 밀려나 있다.
보우당
새로 지은 템플스테이관과 요사채
휴식공간, 차와 함께 아이스크림도 판다.
봉은사는 규모에 비해 휴식 공간이 적었는데 점점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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