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개암사로 향하였다. 버스에서 내려 소나무 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는데 천천히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나무 정기를 들어 마시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길게 하고 싶었다. 개암사 뒷산인 울금바위가 저 멀리 보인다. 남자의 xx를 닮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그런 것 같다. 옛 아낙네들이 아들 낳게 해달라고 기도깨나 했을 것 같다. 나는 이제 유효 기간도 지난 사람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같은 지역에 있는 내소사가 ‘나무’의 사찰이라면 개암사는 ‘돌’의 사찰이다. 개암사에는 내소사의 아기자기한 벚꽃길이라든가 경내의 멋스런 나무도 별로 없다. 목조건물의 수도 적다. 그러나 울금바위와 분위기를 맞추려는 의도였는지 검은 색의 석축과 돌계단이 많다. 아마도 내소사보다는 경사가 가파른 곳에 위치한 모양이다. 또한 절 마당도 그냥 흙이 아니라 검은자갈돌을 깔았다. 따라서 분위기가 가이드선생님 말씀대로 남성적이다. 내소사와 마찬가지로 꽤 가까이 가도 대웅전은 보이지 않는다. 내소사는 봉래루로 대웅전을 가리고 있지만 개암사는 석축과 돌계단의 위치로 대웅전을 가리고 있다. 급격한 경사 때문에 계단을 다 오르기 전에는 대웅전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좀 계단 오르기가 힘들어지기 시작할 때 쯤 다 올라선 계단 위에서 갑자기 대웅전이 보인다. 경내에 나무가 별로 없는 반면에 대웅전 앞 석축 위에 만들어진 화단을 꽉 채우고 있는 노란색 수선화가 찬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날씨가 추워 그런지 찬바람에 흔들리는 수선화가 안스러워 보였다. 개암사의 대웅전은 내소사의 대웅전과 비슷한 모양이다. 50년 후에 세워졌다고는 하지만 내소사보다 나무들이 많이 상해서 일부 교체를 했단다. 당시 목수가 보존처리를 덜 했던지 아니면 대웅전의 위치가 습기를 머금는 위치이리라. 대웅전 밖에서 바라본 울금바위는 더 무엇인가 있어 보인다. 신라 때 원효대사가 그 바위 정상 근처의 굴에서 공부하셨단다. 산꼭대기인데도 지금도 물이 나온단다. 개암사에 와서는 저 바위에 한번 올라야 진짜 구경일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서라... 구경 좋아하다 큰일난다. 이생에서는 포기하자. 사찰의 규모는 개암사보다 내소사가 더 큰 것 같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개암사에서는 죽염을 팔고 있었다. 과거에 유명한 스님께서 죽염을 처음 시작하셨단다. 속세를 초월한 사찰도 ‘운영’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소나무 길을 다시 돌아서 나오는데 산비탈진 곳에 조그만한 차나무 밭이 보인다. 아마도 개암사 경내 차밭이리라... 왠지 절에서 가꾸는 차밭은 더 좋아 보이고 차 맛도 좋을 것 같다. 이렇게 한나절 산과 절 여행이 끝났다. 이제 지루한 서울로의 버스길만 남았다. 나는 다시 나의 ‘현재’로 돌아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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