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촉사는 '비율 맞지 않는 거대 석조 보살상'이 있는 절이며 비교적 최근에 출판된 유홍준님의 책에 소개된 사찰이다. 그 책에 소개된 곳은 반드시 가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비교적 평지에 배치된 마곡사와는 달리 관촉사는 별로 높지 반야산이지만 산 정상에 가까운데 절이 위치하고 있어 사찰의 진입로는 진입로가 아니라 진입계단이다. 방문객의 입장에서는 짧고 굵게 끝난다.
유홍준님의 책에서는 이 절의 석조보살상은 비율을 강조하는 정통미(석굴암 석가모니상)에서 일탈한 일탈미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불상과 석탑의 가장 아름다운 비율을 자랑하는 석굴암과 불국사가 그 아름다움의 정점이라면 그 이후의 불상과 석탑은 그 정형미를 벗어나려는 노력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 이후의 석공들은 좌절감에 빠졌을 것이다. 아름답게 하면 그저 모사품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 교과서에 실린 흑백 사진으로 보았을 때 이 석조보살상은 기괴해 보였다.
그러나 나이들면서 워낙 기괴한 현대의 조각작품들에 많이 노출되어서 그런지 전혀 기괴해보이지 않고 어떤 'force'느낀다. 현대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천년전에 이런 형상을 기획하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비율이 이상해서 조각의 마감도 엉망일거라는 편견과는 달리 조각솜씨는 매우 섬세하다. 정말 일필휘지로 조각했을 것 같은 운주사의 천탑과 철불과는 다른 솜씨이다.
왕의 명령(고려 광종)에 의해 조성되었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고려 왕권 강화에 힘썼던 광종은 이 거대 석상을 여기에 조성하고 마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이렇게 지켜보고 있으니 호족들이여 딴 생각들 하지 말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또한 시각적으로 낮은 산의 정상 바로 밑에 위치해서 산등성이 위로 화관이 올라오니 실질 높이보다 더 높아보이는 시각적 장치까지 갖추었다. 정말 많이 계산하고 입지 선정을 한 것 같다.
석상을 만들고 보니 높이가 산등성이를 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머리 위에 씌운 화관이 그렇게 길어진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수인의 표현이 섬세하다.
옷 자락과 발가락의 표현이 섬세하다.
지난 1월에 로마와 피렌체에 가서 비율에 딱 맞는 온갖가지 19금 석조상을 보고 난 후 이 보살상을 보면서 안도감을 느끼니 나는 영락없는 한국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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