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여행

20121005 광릉 국립수목원

gotemple 2012. 10. 6. 05:17

아침 일찍 짐을 나서 광릉 수목원에 갔다.

한 25여년 전에 한번 가본 기억이 있다. 나무에 관심이 많으신 친정 아버지께서 분명 어느 일요일에 쉬고 있는 딸들을 끌고 갔었을 것이다. 나무에 관심없던 우리들은 끝없이 걷는 것에 지쳐 구경하는 것도 싫어했던 것 같다.

 

나이가 든 이제 나는 자발적으로 나무들을 찾고 있다. 분명히 가고 싶지 않을 딸들을 억지로라도 데리고 가는 것이 좋은지 잘 모르겠다.

 

평일의 수목원에 오는 사람들은 나이대가 뚜렷이 구분된다.

노인들과 유치원생들...

간간히 유모차 끌고 온 엄마들과 평일에 데이트 하는 커플들이 보이곤 한다.

단체로 온 노인들과 유치원생들은 숲해설자들과 다니는데 그 행동이 비슷하다.

경사진데 가지 않고 선생님들께 대답 잘하고 시키면 단체로 노래도 한다.

 

나는 침엽수림 영역을 천천히 걸어 다녔다. 생태숲 탑방로에는 데크가 깔려 있어 걷기도 편하고 밀림 속에 들어 온 느낌이었다.

걷다보니 2010녀에 온 태풍 곤파스 때문에 넘어진 나무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넘어진 나무가 어떻게 되는지 관찰하기 위해 그냥 두었다는 친절한 설명판이 서 있다.

넘어진 채로 그렇게 2년을 버텨 싱싱한 나뭇잎을 달고 잇는 나무도 있다.

생명력이란 끈질기다.

 

중간에 쉼터도 있어서 쉬기도 하고 어떤 주부팀들은 돗자리 펴고 말차 시식회를 하기도 했다.

딱 좋은 날씨에 아름다운 숲에서의 말차회라.... 정말 부럽다.

탐방로에는 사람들이 간간히 다니는 정도라 조용하기도 하지만 무섭지도 않았다.

사람들이 너무 많으면 어지럽고 아무도 없으면 무섭다.

 

데크에 있는 휴게공간에 앉아 하늘을 보니 나뭇잎 사이로 따뜻한 햇빛이 보인다.

같은 햇빛인데도 여름의 뜨거운 햇빛과 다르다.
하나 둘씩 나뭇잎이 바람에 떨어지고 있다.

참으로 아까운 가을날의 햇빛이다. 곧 겨울이 오겠지.....

 

탐방로 다음에는 침엽수를 모아 놓은 곳을 잠시 둘러 보았는데 얼핏보면 다 비슷하게 생긴 침엽수들의 모양이 이렇게 다양한 줄 처음 알았다. 그 중에 '처진 소나무'라는 이름이 너무 재미있어서 한 컷 찍었다.

 

본격적인 침엽수림은 정말 멋있다. 하늘로 곧게 뻗은 전나무 숲은 백련사 잣나무 숲과 비슷하다.

 

침엽수림 끝에는 약간 경사가 있는 언덕이 나오고 그 길가로 동물원이 있었다.

거창한 동물원이 아니라 우리나라 숲에 살았던 늑대, 멧돼지, 호랑이, 독수리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호랑이는 중국이 기증한 것이란다.

경사지기는 했지만 지난번 백련사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천천히 내려 오는데 탐방로의 배수로가 눈에 띄인다.

흔히 볼 수 있는 시멘트로 만든 배수로가 아니라 작은 네모 돌로 만든 배수로이다.

보기만 해도 엄청 비용이 많이 든 것 처럼 보인다. 어던 이점이 있을까 궁금하다.

배수로가 망가 진 곳을 보니 그 네모돌이 내가 생각했던 타일형의 얇은 돌이 아니라 거의 정육면체에 가까운 돌이었다. 그 정도는 되어야 물살에 더내려 가지 않을 것 같기는 하다...별게 다 궁금하다....

 

나오는데 입구에 놓인 긴 통나무로 만든 '화분'이 보인다.

화분이라 칭하기에 민망하게도 그 화분에는 그냥 '풀'이 심어져 있다.

그래도 괘 보기 좋았다. 수목원 다운 발상인 것 같다.

 

 

아주 즐거운 가을날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