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일을 맞이하여 돌아가신 관조 스님의 사진 전시회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관조스님의 사진책을 몇 번 본적이 있어서 한번 보고 싶었다.
봉은사는 비교적 가까운데 있지만 그렇게 자주 가게 되지는 않는다.
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고 대웅전 앞에 올라 갔다가 감짝 놀랐다. 대웅전 앞 마당에 H빔으로 지붕을 올린 것이다. 언제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초파일 행사 때문에 임시로 만든 것 같지는 않다. 튼튼한 H빔과 공기팬까지 천장에 달았으니 몇일 행사용은 아닐 것이다.
검은 유리 지붕과 철골조 안에 들어가 버린 탑이 초라해 보인다.
이제 봉은사는 사세가 커져 대웅전과 그 앞에 있는 법왕루 가지고는 공간이 모자르나 보다.
주차장 파서 대형 강당 만든다는 소리가 나올지도 모르겟다.
가끔 사찰 조형의 중심은 대웅전 앞 마당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탑만이 우뚝 서있고 풀이나 잔디 조차 없는 텅빈 적막한 산사의 마당이 서울 시내에서 비오면 불편한 장소로 천대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봉은사는 산사보다는 시내 포교당으로 그 정체성을 바꾸려 하고 있나보다.
철골조에 놀란 가슴 쓸고 보니 마침 마당에서 사진 전시회를 하고 있다.
관조스님 사진전은 아니고 북녘에 있는 사찰들의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 찍는 솜씨가 왠지 낯 설어 저걸 우리나라 사진 작가들이 찍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하여튼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찰에 갔을 때 '기대한 이미지'가 그 사진들에 들어 있었다.
바람에 닳아지고 있는 기와와 나무 기둥, 그리고 빛이 희미해져가는 단청....
사라져 가는 것을 붙잡고 싶어하는 그 안타까움이 있었다.
돈이 없어 오래 방치했더니 그게 더 값어치가 올라가는 형국이다.
관조스님의 사진전은 미륵불을 모신 곳에서 하고 있었다.
미륵불을 둘러싼 거대한 콘크리트 벽을 배경으로 크게 확대한 흑백의 석불들의 손은 장관을 이룬다.
미륵불과 함께 그 자체로 설치 예술 같은 느낌을 준다.
비올 대를 대비해서 방수처리는 했겠지하는 아줌마적 생각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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