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5 1. 부여 무량사와 무진암
나무잎이 물들고 있는 가을날에 무량사에 가게 되었다.
여러 번 가게 될 기회가 있었는데 자꾸 놓치다가 이렇게 좋은 가을날에 가게 되었다.
넓지 않은 경내이지만 군더더기 없는 전각들과 비교적 넓은 경내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무량사는 이층 극락보전과 인생의 마지막을 무량사에서 보냈던 김시습 부도로 유명한 절이다.
그런데 김시습 부도는 무량사 경내에서 나와서 근처 무진암 옆에 있었다.
내가 어릴 때 그해의 쌀 작황은 우리나라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가을이 되기도 전에 여름 태풍 때문에 흉년이 될거란 소문이 돌면 물가가 올랐다.
막상 가을이 되어 흉년이 확인되면 또 물가가 올랐다.
국민들의 경제심리에 농업의 영향이 큰 시절이었다.
올해는 쌀농사도 풍년이고 과일 농사까지 풍년이란 소문이 돌지만 그저 맛있는 과일 많이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뿐이다.
요즘은 삼성전자나 다른 대기업의 수출 실적이 경제심리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시절이 되었다.
버스를 타고 가며 충청도의 벌판을 보니 예전에는 약간 구릉진 곳에 비닐하우스가 많았는데 이제는 논농사대신 비닐하우스 농업을 하는 곳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문
천왕문
동쪽 지국천왕과 남쪽 증장천왕
서쪽 광목천왕과 북쪽 다문천왕
아미타불
불상 뒤에 후불 탱화 없이 커튼을 달았다.
지금 불사 중이라고 한다.
높은 전각만큼 아미타불은 굉장히 컸는데 흙으로 만든 아미타불 중 아시아에서 제일 크다고 한다.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
전각이 겉에서 보면 이층인데 1층 자체도 높다.
외벽이 판벽이다.
지장보살과 시왕
영산전, 역시 외벽이 판벽이다.
아난존자, 석가모니부처님, 마하가섭
천불전도 겸하고 있다.
영산전 앞의 석등, 여러 조각을 줏어서 세운 것 같다.
원통전
관세음 보살, 용왕과 선재동자, 여기도 관세음보살 천불전 형태이다.
김시습 영정각
개울건너 삼성각
삼성각은 참 흥미로운 전각이다.
엄밀히 말해서 순수 불교와는 거리가 있는 전각이지만 어느 절에나 꼭 있는 전각이다.
보통 칠성탱, 독성택, 산신탱을 모시는데 칠성탱은 북두칠성을 모신 전각으로 중국의 도교에서 유래했으면 하늘을 의미한다.
독성탱은 불교의 아라한에서 나왔으며 사람을 의미한다.
산신탱은 사머니즘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신앙이며 땅을 의미한다.
삼성각안에 천지인의 사상과 함께 중국, 인도, 한국의 고유 신앙이 녹아 있다.
어떤 분은 이 삼성각이 1970년대 부터 생겨났다고 한다. 그 전에는 칠성각, 산신각, 독성각으로 독립적으로 있었다고 한다.
요줌에도 독립적인 전각을 가진 절 들이 꽤 있다.
칠성탱
독성탱
산신탱
요사, 감을 말리고 있다.
천왕문
종루
고목 아래 휴식 공간이 있다.
부도전 가는 길
생각보다 키가 크다.
용무늬가 있다.
비록 스님은 아니지만 그 당시 신경 써서 만든 부도이다.
다양한 형태의 부도들
특이한 문양을 가진 부도
무진암
약사여래
이번 여행에서는 좀 특이한 경험을 했다.
그동안 나는 시간을 칼 같이 지키는 단체여행에 익숙해져 있었다.
출발시간 1분만 늦어도 깊이 사죄하고 10분 이상 늦으면 버리고 가는 단체여행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이번 여행은 20분이나 늦게 출발하고 밀리는 고속도로 사정 때문에 전체적인 스케줄이 한시간 30분 이상 늦어지는 상황이 되어도 꾿꾿하게 모든 일정 마치고 예상 시간보다 서울에 늦게 도착했다.
경험상 토, 일요일에 버스로 단체 여행을 하는 경우 늦어도 7시15분까지는 경부고속도로 서초인터체인지를 지나야 일정이 밀리지 않고 승용차는 그보다 더 일찍 통과해야 한다. 그 시간이 지나버리면 하염없이 고소도로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항상 정시에 출발하고, 정해진 스케줄에서 벗어나지 않고 늦지 않게 서울에 도착해야 하는 여행에 익숙해져 있다가 밀리면 밀리는대로 천천히 움직인 이번 여행이 처음에는 좀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곧 적응이 되었다. 생각해 보면 백수인데 서울에 좀 늦게 도착했다고 뭐 대수인가?
황금빛으로 빛나던 논과 아름다운 사찰과 바다가 그 모든 답답함을 이겼다.